![]() [다크 나이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 역사상 유일무이한 찬사를 받고 있다. 블록버스터란 2차대전 때 영국의 폭격기가 길거리의 한 블럭을 통째로 폭파시키는 폭탄을 떨어뜨렸던 데에서 유래했는데 말 그대로 단시간에 최대의 흥행을 목표로 한 영화를 일컫는다. 때문에 상품성이 최우선이며 거의 필연적으로 작품성에서 별다른 호평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가 머쓱해지도록 빼어난 영화를 찍었다는 평이다. 상품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것인데 과연 [다크 나이트]는 평론가들로부터 거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면서도 전미 흥행기록을 초고속 갱신하며 쾌속 질주하고 있다. 가히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블록버스터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다크 나이트]는 시간상 [배트맨 비긴즈]의 속편격이다. 전편이 마지막에 조커의 존재를 은근히 암시했듯 [다크 나이트]가 막이 오르면 은행을 터는 조커 일당이 있다. 조커는 완전한 혼돈 그 자체이며 도무지 행동을 종잡을 수가 없다. 조커의 진가는 바로 첫 시퀸스에서 일당이 서로를 배신하도록 하는 교활하면서도 단순한 심리극에서 슬쩍 엿볼 수 있다. 험상궂은 사나이 이마에 연필을 쑤셔박는 모습에서 보이는 대담한 배포와 잔인한 정신이 오싹하다. 사람 입안에 칼날을 넣고 "왜 그렇게 심각하니?" 낄낄대는 조커는 차마 꿈에 나올까 두려울 지경이다. 불같은 잔혹성과 얼음같은 냉혹성이 혼재된 녀석이라 하겠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커 역할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히스 레저가 연기했다. 어쩌면 조커의 모습에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배우의 환상이 작용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죽음의 환상을 감안하더라도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루 웬종일 신경질적으로 눈을 꿈뻑거리고 입술을 쩝쩝대지만 조커의 공포 뒤에는 일순 귀여운 일면이 있는 것이다. 폭탄이 터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조커를 보니 웃음이 터진다. 마력적인 악당이다. 팀 버튼 감독이 [배트맨]을 연출하고 잭 니콜슨이 조커를 연기한 이래 도대체 누가 잭 니콜슨 이상으로 조커를 연기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또다른 경지의 조커다. 고담 시티는 무척 영락해 보이지만 부패한 도시이며 악의 질서가 일면을 지배하는 곳이다. 고든과 이야기하는 시장의 말에서 드러나듯 사회 깊숙한 부분까지 썩어 있어 섣불리 손대다간 목숨을 잃을 도시다. 거기에 외롭게 맞서 싸우는 이가 바로 배트맨이다. 배트맨에게는 브루스 웨인으로서 축적한 막대한 자본의 힘이 있다. 배트맨은 부패한 질서를 바로잡고자 정체를 감추고 밤에 활약한다. 그러나 배트맨은 기본적으로 무법자다. 폭력을 폭력으로 심판하는 이다. 배트맨은 악을 처벌하기 위하여 사람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다. 악당들을 법 앞에 무릎꿇게 하기 위해서 법을 어기는 영웅이다. 범죄로 범죄를 막는 격이다. 그러다보니 배트맨이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은 오히려 무질서를 낳았다. 고담 시티의 시민들은 경찰과 공권력을 불신하며 배트맨을 찾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배트맨 혼자 모든 범죄를 처단할 수가 없다. 밤에는 배트맨으로 분장하고 배트맨 흉내를 내는 청년 자경단원들이 생겼다. 배트맨은 이 철없는 녀석들을 혼내 주지만 그들은 배트맨에게 당신과 우리가 뭐가 다르냐고 되묻는다. 당신이 뭔데 우리를 막느냐는 것이다. 바로 그렇다. 윤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배트맨은 자경단을 막을 명분이 없다. 대답이 궁색하다. 나는 하키복은 입지 않는다는 배트맨의 비아냥은 왠지 비루해 보인다. 배트맨도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브루스 웨인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알프레드와 폭스는 당신 행동이 선을 넘는다고 경고한다. 브루스 웨인도 이제 그만 배트맨의 가면을 던져버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야 할 듯하다. 배트맨의 후계자를 찾을 때가 다가온 것이다. 어둠 속에서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배트맨이 아니라 빛 속에서 떳떳하게 합법적으로 악을 처단하는 영웅이 필요하다. 고민하는 브루스 웨인의 눈에 새로 부임해온 신임 검사 하비 덴트가 들어온다. 강철 같은 정의감에 목숨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배짱까지 있다. 합법적으로 순식간에 고담의 범죄자 중 절반을 감옥에 보낸 하비 덴트는 그야말로 영웅의 풍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불법을 합법으로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다.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자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바로 그때 조커가 나타난다. 완벽한 혼란이 고담 시티에 몰아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조커는 혼돈의 악당이다. 악당들을 돕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지만 산처럼 쌓인 돈을 불태우니 돈을 욕심내는 것도 아니요, 부하들을 끌어모으지만 무신경하게 부품처럼 버리니 명예를 욕심내는 것도 아니다. 조커에 의해서 피해를 입는 쪽은 배트맨과 경찰뿐 아니라 악당들도 마찬가지다. 조커로 인해서 그들의 조직 체계는 초토화된다. 요컨대 조커는 선의 질서뿐만 아니라 악의 질서까지 파괴하는 악마인 셈이다. 이제 조커로 인하여 고담 시티에서 선과 악의 대결 구도는 싹싹 지워진다. 이제 고담 시티는 선악의 구별이 없는 새로운 혼돈의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조커는 고담 시민들에게 배트맨이 정체를 밝히면 이 끔찍한 혼돈을 멈추겠다고 한다. 이제 배트맨은 자신이 지켜주는 이들에게까지 비난받고 위협받는다. 시민들의 태도가 아주 부당한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조커를 불러낸 장본인은 바로 배트맨이다. 조커는 일견 단순 정신병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직관이 매우 날카로운 사람이다. 배트맨은 결코 정의로 똘똘 뭉친 영웅이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휘두르는 배트맨의 주먹은 꽁꽁 숨겨진 욕망을 해소하는 돌파구다. 배트맨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인물이며 그의 모순된 정의론은 숨겨진 욕망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혼돈의 화신 조커는 배트맨 가면 뒤에 숨겨져 억눌린 혼돈을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조커는 배트맨의 근사한 가면을 벗겨 혼돈의 흉측한 얼굴을 천하에 드러내려 한다. 조커가 배트맨에게 "너와 나는 똑같다"고 낄낄대는 것은 단순한 욕이나 조롱이 아니라 가면 뒤의 얼굴을 이야기하는 속 깊은 행동이다. 바꿔 말하자면 조커는 배트맨의 혼돈을 부추기는 셈이다. 이처럼 배트맨은 단순히 정의의 실현자가 아니라 한발만 헛딛으면 저 새까만 나락으로 떨어질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존재다. 그 외줄에서 떨어진 이가 바로 투페이스다. 한쪽 면이 불에 그을린 동전은 투페이스의 모든 것을 말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미국의 현실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실상 고담 시티의 모습부터 해서 많은 부분이 닮아 있으니 배트맨을 두고 미국을 논하는 것도 그리 사리에 어긋나지는 않아 보인다. 석유에 대한 욕망을 감추고 해방자의 가면을 쓴 전쟁을 하는 미국의 모습은 배트맨인가, 조커인가, 투페이스인가? 배트맨은 욕망을 가면 뒤에 억누르고 정의를 실현하려 했지만 오히려 점점 그가 꿈꾸는 "배트맨이 필요 없는 세상"과 멀어졌다. 사랑하는 레이첼도 배트맨에게 회의적이었다. 괴로운 고민 끝에 배트맨은 선택을 했다. 이제 배트맨은 옛날의 배트맨이 아니다. 배트맨은 새로이 거듭났다. 이제 브루스 웨인은 가면을 쓰되 가면이 아니니 가면을 벗어던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새로운 배트맨을 두고 미국의 전쟁론을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미국은 옳았을까? 제목 [다크 나이트]의 속뜻이 깊다. 곱씹고 되새김질하고 또 곱씹어 생각할 만하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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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에서도 데즈카 오사무는..
by 놀자 at 12/08 개념글 by 그레이트무타 at 12/08 정말 꼴릿한 리뷰네여. 본격 사.. by 현골 at 12/08 허어... 미사고의 숲으로 매우 큰.. by DOSKHARAAS at 12/05 ㅠㅠ by 위래 at 12/03 지금 미사고의 숲을 조금씩 읽고 .. by 꽃가루노숙자 at 12/03 왠지 드립을 치고 싶었지만 드립을.. by 듀론9G at 12/02 겨울엔 영화가 딱이죠.^^ by 김정수 at 12/02 모드 비스트!!!!!!! 이예!!!! by 파르마콘 at 11/26 대 찬사네여... 아 보고싶어진다 by 현골 at 11/26 라이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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