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Z(맥스 브룩스)

맥스 브룩스 요 능청스러운 아저씨야. 제트는 좀비의 제트입니까. 어 그래서 세계대전 제트군요. 양키 아저씨가 아주 시치미 뚝 떼고 좀비전쟁 이후 세계를 그려낸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소설은 쌔고 쌨지만 좀비전쟁을 치르고 이십 년 후 세계를, 더구나 다큐멘터리 픽션으로 만든다는 시도는 이게 첫경험이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그치지도 않고 흡사 기관총처럼 따따따땅 구라를 쳐 대는데, 그놈의 구라가 무척이나 참말 같아 이것이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물론 거짓말이지. 그래도 믿고 싶다. 좀비 다큐멘터리라니 맙소사 뻥도 정도껏 쳐야지 이만한 스케일이면 누가 감당이나 할 것인가. 맥스 브룩스는 끝내 감당해냈다. 세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여럿을 만나며 인터뷰하는데 여기서 거의 압도적인 지식이 짱짱하게 쏟아진다. 야 이거 쓰는데 자료조사만 엄청 했겠구나. 우리나라 글쟁이들은 좀 배워야 한다. 게다가 아무래도 모자르다 싶었는지 진짜 같은 가짜 각주를 줄줄이 달아놓았는데, 이 방법을 보르헤스가 썼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확신은 못하겠다. 하여튼간에 그딴 거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각주를 읽다 보면 이것이 진짜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이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세계대전Z]에는 대한민국 부국정원장의 인터뷰도 나온다. 중국 일본 나오면서 우리나라만 쏙 빼놓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왠지 비참하게 안도했다.

그나저나 언제나 양키가 문제란 말이야. [세계대전Z]는 좀비전쟁 무용담이지만, 한편으로 읽자면 미국과 미국의 친구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선량하며 마음씨 곱기가 천사 같은지, 미국의 적들은 얼마나 멍청하며 속마음까지 시커멓고 후졌는지 은근히 떠들어댄다. 쿠바의 카스트로를 까며 미국을 위시한 피난민들이 자유주의 경제로 마침내 쿠바 인민의 자유를 가져다줬다고 떠드는 때부터 빈정 상하기 시작했는데, 중공군은 레데커 플랜도 못 쓰는 멍텅구리로 욕할 때는 입맛이 깔깔하며, 착하기가 천하무쌍인 이스라엘이 멍청하고 의심 많은 팔레스타인을 구원하는 모습에서는 미국산 조미료의 악취가 코를 맴맴 찌르게 고약하다. 어이쿠 양키와 친구들 만세. 그리고 마지막에 좀비전쟁이 결국에는 세상 사람들을 단결시켰다면서 텔레비전 속 비엠더블류를 탐내는 아저씨야. 아저씨가 베엠베를 살 때 세상은 또 분열되는 거랍니다 빙신 새캬. 하여튼 양키가 문제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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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라드 | 2008/06/29 23:41 | 책읽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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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위래 at 2008/06/30 01:45
험담을 해도 책 구입의 유혹을 견딜 수 없군요.
Commented by 듀드 at 2008/08/17 15:19
미국산 조미료를 치진 않은 것 같은데... 다른 나라들이 우왕자왕 하는 동안 남아프리카는 레데커 플랜으로 손 쉽게 해결해 버리는데 그게 어딜 봐서 미국 스타일입니까? 제 생각엔 현재 국제 관계에 대한 풍자 같은데...
Commented by 수수 at 2009/09/16 17:14
맞습니다. 미국산 조미료 많이 뿌렸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책은 참 잘 썼습니다.
그 작가, 누가 뭐래도 한 입담 합니다.
아는 것도 많구, 실력도 있습니다.

그치만 그저 미국 내 이야기만 했었더라면 싶었습니다.
그게 러시아,중국,북한,쿠바 쪽으로 옮겨가자 작가의 이데올로기 본색이 드러나더군요.
미국인의 한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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