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고딩 두 명이 앉았다. 처음에는 깔깔대며 좆나 따위의 부사를 섞어 가며 친구들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티비를 보다 갑자기 광우병 이야기로 넘어간다. 에스알엠이니 오아이이니 전문용어까지 섞어가며 떠드는 모양새가 자못 심각하다. 명박 각하의 이름이 거듭되어 언급될 때마다 좆나 소리도 함께 비례하여 커진다. 이게 요즘 조중동과 한나라당에서 우려하는 모습인 모양이다. 그들 극우신문과 극우정당은 학생들의 배후에 빨갱이 집단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거기에 전교조가 대체로 꼽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간에 고딩들이 이처럼 광우병 박사가 된 모습은 나도 뜻밖이었다. 고딩들에 대한 내 생각은 명확하게 이렇다. 나는 고딩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어제 백분토론도 보고 신문도 뒤적거렸지만 퍼센테이지가 어쨌든 정부가 광우병 소고기에 대해서 백퍼센트 안전보장을 못 한다는 게 사실이다. 고딩들은 자기 목숨에 불안감을 느낀다. 어찌 백지상태의 꼴통 양반이 장관 자리를 꿰차고 앉았는지 도무지 불가사의한 농림부 장관의 모습은 더욱 불안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한다. 고딩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떠드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칙이다. 고딩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사실상 주권이 없다. 어른이 아닌 그들은 심지어 명박 각하를 청와대에 들이지 않을 한 표조차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고딩은 몸뚱이를 기꺼이 어른들에게 맡기고 오직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어른들의 결정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고딩들은 분노한다. 신문은 정부의 나팔수가 되었고 선생들은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기를 요구한다. 이제 어른들을 믿을 수 없다. 어른들에 대한 불신. 그게 고딩들이 그토록 매달리던 공부도 제쳐두고 청계천 광장에 모인 이유다. 어떤 염치없는 어른이 고딩들에게 학교로 돌아가 공부나 하라고 윽박지를 수 있는가. 아이들이 나라의 미래다. 고딩들은 학교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 이런 부끄러운 상황에서 어떤 어른이 염치없게 훈계를 하는가. 새벽별을 보며 하교하고 새벽해를 보며 등교하며 참고서로 탑을 쌓고 코피를 훔치며 공부했던, 어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리라 믿었던 고딩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른들은 고딩들을 감히 똑바로 마주할 수 있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by 콘라드 | 2008/05/10 02:07 | 말하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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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투르카 at 2008/05/10 02:13
저널리스트 카트라이더
Commented by 琳☆ at 2008/05/10 08:52
고등학생들도 의사결정능력이 충분하며,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게 교육이 아닐까 하네요..

어린아이들(어리석은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그들을 무시(!)하는데 급급해 제대로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지요..

왜 공부를 하는것인지...
가르치는 이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까요?
Commented by 어떤 맥잡 at 2008/05/10 10:20
호쾌하게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이 인상이 깊군요.
Commented by 위래 at 2008/05/11 14:19
같은 고딩인 주제에 불유쾌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였는데, 조금 잘못생각했던 게 있었던거 같네요.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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