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Juno, 2007)

십대의 임신이라는 발칙하고 불온한 내용이면서도 [주노]는 즐거운 영화다. 남자친구랑 섹스 딱 한번만에 임신한 주노, 그런 딸을 두들겨 패기는커녕 기꺼이 받아들이고 도움을 주려 하는 부모의 모습이 따뜻하다. 주노의 엉뚱한 성격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고 풍성하게 한다. 알사탕을 즐기는 남자친구 블리커를 비롯한 주위 인물들도 마치 만화처럼 재미있다. [주노]는 만화처럼 즐겁고 부담없는 분위기로 무거운 소재를 잘 끌고나가는 영화다. 같은 소재를 다룬 우리나라의 [제니, 주노(2005)]는 알록달록 예쁘게만 포장한 천박한 영화가 되었지만, [주노]는 저열한 판타지 대신에 조금 비뚤어진 일상을 비추면서 십대 임신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현실이 써늘한데도 두툼한 점퍼를 입은 것처럼, 마치 락 음악으로 말하는 듯 화법이 절묘하다. 마지막 주노와 가족이 하는 선택은 아주 현실적인데도, 현실이 차갑지 않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런 이유다. 소년소녀 판타지 없이도 영화의 온기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정말 보기 편하다.

덧붙여, 주노와 마크의 대화가 참 즐거웠다. 소닉 유스를 말할 때도 깜짝 놀랐는데, 다리오 아르젠토와 허셀 고든 루이스라니 과연 예상을 깬 즐거움이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번지는데 그야말로 [주노]답다. 또 덧붙여, [주노]가 [제니, 주노]를 표절했다고 하는 놈들이 있는데, 꺼져 시발. 아무데나 다 같다붙이면 표절인 줄 아냐.
by 콘라드 | 2008/02/19 00:06 | 영화보기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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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at 2008/03/02 13:43

제목 : 부모의 역할에 대한 영화 - 주노
호들갑을 떨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해 [주노]는 올해 내가 만난 영화 중 가장 좋은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인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들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으며, 그들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영리한 각본이 아닐 수 없다. 아카데미의 선택이 훌륭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라. [주노]는 임신한 어린 여학생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영화다. (물론 주노......more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3/02 13:50
저도 주노와 마크의 대화가 참 즐거웠습니다. 참고자료(?)까지 보여주다니!!
참 좋은 영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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