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작품을 만드는 데 짧은 시간이 걸렸다고 그 작품이 개판인 것은 아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겨우 두 달만에 만든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가 참 간단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휴먼다큐만 3년째 찍었지만 "난 인간을 믿지 않아" 중얼대는 시니컬한 PD가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한 사나이를 관찰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슈퍼맨이 무슨 착한일을 하는가에서 점점 왜 하는가로 넘어가다, 급기야는 슈퍼맨의 과거와 이유를 보여주는 과정은 썩 친숙한 것이다. 여러가지 형상의 사건을 빌려 되새김질하고 있지만 결국 메세지는 간단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을 믿는다는 일관된 태도를 고집한다. 우리 모두 누구나 슈퍼맨의 가능성이 있는데 스스로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강력한 악당과 맞서 싸우자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악당은 주로 환경문제적인 것이지만, 사실상 우리 세상에 악당은 널리고 널렸다. 대머리와 화이트맨 등 여러가지 악당이 있듯이 말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같은 메세지를 사건마다 강조하다 보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통속적인 감수성에 기대고 있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사건과 사건이 그닥 유기적이지 못해도 사건마다 메세지를 전달하는 힘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전지현의 연기는 어설프지만 슈퍼맨에게 점점 감화되는 모습은 꽤 설득력이 있다. 그래도 환경단체 집회에서 군중 위로 날아가는 슈퍼맨과 전지현은 좀 오버스러운 것이다. 나는 군중들이 전지현을 우르르 옮겨줄 때 가슴을 만지지 않았을까 하는 음흉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쌔빠진 신파극처럼 보이는 슈퍼맨의 과거 이야기는 눈물을 짜내는 동시에 슈퍼맨이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슈퍼맨은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하기 때문에 슈퍼맨이다. 수정(전지현)의 말처럼 너 혼자는 세상을 구하지 못한다지만 누군가는 슈퍼맨이 되어서 남들보다 앞서 행동해야 한다. 다른 이유보다도 "내가 누구인가를 잊지 않기 위해서." 진짜 머리속 크립토나이트가 박힌 사람들처럼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거대한 무력감에 빠져 자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문을 여는 것은 커다란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문득 오바마가 생각났다)라는 말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막바지에 슈퍼맨이 아닌 이현석이 되었지만 이현석은 끝내 또 슈퍼맨이다. 인간을 믿으며, 남들보다 앞서 행동하고, 세상을 구하려 노력하는 이현석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슈퍼맨이다. 그것은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능력 따위는 슈퍼맨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이현석은 트라우마에 의지하지 않고도 슈퍼맨이 되어 희망을 실천하는 내적 성숙을 이루었다. 슈퍼맨은 우리 머리속에서 크립토나이트를 빼고 모두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를 바랐다. 그럴 때면 우리는 악당을 무찌르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전하는 메세지가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올 만큼이나 지당한 것이라 일견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태도가 여전히 아름답게 보인다. 때문에 마지막 화재 현장, 황정민이 내가 누구지? 묻고, 전지현이 나의 슈퍼맨. 대답할 때 눈물을 찔끔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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