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만날 귀신만 나왔다 하면 여자 귀신일까요? 남자는 다 대인배라 원혼 없이 모두 하늘로 승천해서 그럴까요?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긴 생머리에, 눈알 까뒤집고, 고개 삐딱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여자는 이제 좀 질리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귀신을 보면 죄다 그 모냥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좀 특별한 [별빛 속으로]는 귀신 나오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귀신이 나오지만 다른 호러영화들처럼 마냥 덜덜 떨게 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피가 나오지만 콸콸 흐를 정도는 아닙니다. 귀신과 피로 장식된 포장지를 살살 뜯어 보면 안에는 달콤한 멜로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좀 어정쩡하고 어설픈 느낌입니다. 학생운동이 한창인 시대, 교련복을 입은 수영과 독일문학은 그다지 어울리는 쌍이 아닌 거 같아요. 널찍한 한국식 기와집에 키위와 포도주도 그러하고요. 느닷없이 나타나 느닷없이 죽어버리는 삐삐도 좀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고, 삐삐가 툭툭 뱉는 시적인 말들도 지나치게 후까시 잡고 있습니다. 또 사건과 사건 사이에 충분한 설명 없이 휙휙 넘어가 버리니 보는이가 따라가기에는 좀 숨이 차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해가 가지 않아 왜? 하고 물으면 그냥! 이라고 답해야 하는 이야기라 좀 짜증이 나죠.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에 다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야기 전개가 규칙적이고 논리적인 척하면 안되지요. 거기다 거대자본 영화에 한껏 높아진 눈으로 보는 [별빛 속으로]의 CG는 가짜 티가 풀풀 나는 수준입니다. 적은 돈으로 만든 영화니까 그렇겠지만 솔직히 그런 걸 그렇다고 해야죠. 하지만 그래도 [별빛 속으로]를 참고 봐줄 만하다면 이야기가 꽤 재미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은 여기저기서 사골 끓이듯 우려먹은 구닥다리 테마지만 그걸 이야기하는 방식이 새롭다면 새롭게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이야말로 진짜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지요. 판타지가 판타지를 이야기하니까 영화가 좀 어설프게 가도 판타지로 넘길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말인데 [별빛 속으로]는 잔인한 장면이라곤 전혀 없지만 귀신 이야기답게 꽤 섬뜩합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도 있는 막바지는 충분히 예상했는데도 오스스 소름이 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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