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니 마스터 쿠로사와

우연한 경로로 알아 찔끔찔끔 번역되는 대로 보았던 만화가 있었다. 장엄한 그 제목이 [오나니 마스터 쿠로사와]다. 우리말로 옮기면 딸딸이 달인 쿠로사와 정도가 되겠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세기의 괴작으로, 어떤이는 [딸뷁(딸기 100%)]을 훌쩍 뛰어넘는 신세계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평하기도 했다. 일본어 읽을 실력이 되질 않으니 감질나게 보던 어느날 벼락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으니 디씨인사이드 미연시 갤러리 씹덕들이 면갤덕후연합을 결성, [오나니 마스터 쿠로사와]를 하루만에 번역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덕후들만이 할 수 있는 근성의 분업작업으로 식자질과 번역질과 대패질을 식음을 전폐하고 임하여 일구어낸 전설이었다. 원래 옮긴이도 자기 번역작을 빼앗긴 격인데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면갤연합에 박수를 보내며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주어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하여간에 잠깐만 졸아도 아랫도리가 발딱발딱 차렷부동자세를 취하는 열혈소년 쿠로사와의 딸딸이 이야기는, 놀랍도록 새로운 스타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고, 마침내 구원을 논한다. 나는 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에 뻑이 가버렸다. 흡사 망가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이 물건이 참 젊잖고 속이 깊다. 이 만화를 아직 읽지 않았고 지금 처음으로 읽는다는 거, 완전히 땡잡은 거다. 처음 읽었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총알이 머리를 관통한다면 딱 이렇겠다 싶었다. 만화를 읽고 난 세상 수많은 소년이 말한다. 나는 세상을 더 많이 보고 싶어. 딸딸이 달인 쿠로사와는, 훗 웃으며, 대꾸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그리고 세상을 보려무나. 
by 콘라드 | 2008/07/06 20:05 | 말하기 | 트랙백 | 덧글(6)
로드(코맥 매카시)

세상이 멸망했다. 숯검댕이가 되어버렸다. 불지옥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잿빛 하늘과 황무지와 먼지가 남았다. 그리고 절망과 약탈과 폭력이 남았다. 소행성이 충돌한 것인지 핵전쟁이 일어났는지 까닭은 알 수 없다. 하여튼 세상은 멸망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걸어간다. 그들은 멸망한 세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이다. 발을 바삐 움직이는 둘에게 목적지는 없다. 다만 살아남아 질기고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일이 유일한 목적이다. 폐허와 시체가 일상의 풍경처럼 널린 세상에서 아버지도 아들도 어쩔 줄을 모른다. 우리는 절대 사람을 먹지 않을 거야. 매카시 할아버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희망의 형태를 말살했다. 글에서 녹슨 쇠냄새가 난다. 이는 무미건조라는 익숙한 수사를 훌쩍 뛰어넘는다. [로드]에서 어떤 맛이든 우리가 바라는 맛을 경험하려면 차라리 쇠를 핥아 맛을 느껴보려 애쓰는 게 낫다. 자비라는 미덕을 폐기처분한 코엔 형제가 매카시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매카시 할아버지는 코엔 형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영상보다 글에서 상상력의 여지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읽는이는 희망을 상상할 수 없다. 어쩌면 세상이 멸망할 때 약해빠진 신도 함께 죽어버렸을지 몰라. 그래서 마침내 매카시가 말하는 구원의 방법은 강하게 머리를 친다. 뒤에서 맞은 것이 아니라 뻔히 눈뜨고 보며 맞은 격이다. 맛이 쌉쌀하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신이 죽은 세상에서는 희망을 구할 수 없는 것을. 아들이 말한다. 아빠랑 매일 이야기를 할게요. 정말로 아들은 그렇게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지켰고 끝내 지킬 테다. 희망은 그렇게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고야 말 테다.
by 콘라드 | 2008/07/01 02:19 | 책읽기 | 트랙백(1) | 덧글(2)
세계대전Z(맥스 브룩스)

맥스 브룩스 요 능청스러운 아저씨야. 제트는 좀비의 제트입니까. 어 그래서 세계대전 제트군요. 양키 아저씨가 아주 시치미 뚝 떼고 좀비전쟁 이후 세계를 그려낸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소설은 쌔고 쌨지만 좀비전쟁을 치르고 이십 년 후 세계를, 더구나 다큐멘터리 픽션으로 만든다는 시도는 이게 첫경험이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그치지도 않고 흡사 기관총처럼 따따따땅 구라를 쳐 대는데, 그놈의 구라가 무척이나 참말 같아 이것이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물론 거짓말이지. 그래도 믿고 싶다. 좀비 다큐멘터리라니 맙소사 뻥도 정도껏 쳐야지 이만한 스케일이면 누가 감당이나 할 것인가. 맥스 브룩스는 끝내 감당해냈다. 세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여럿을 만나며 인터뷰하는데 여기서 거의 압도적인 지식이 짱짱하게 쏟아진다. 야 이거 쓰는데 자료조사만 엄청 했겠구나. 우리나라 글쟁이들은 좀 배워야 한다. 게다가 아무래도 모자르다 싶었는지 진짜 같은 가짜 각주를 줄줄이 달아놓았는데, 이 방법을 보르헤스가 썼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확신은 못하겠다. 하여튼간에 그딴 거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각주를 읽다 보면 이것이 진짜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이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세계대전Z]에는 대한민국 부국정원장의 인터뷰도 나온다. 중국 일본 나오면서 우리나라만 쏙 빼놓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왠지 비참하게 안도했다.

그나저나 언제나 양키가 문제란 말이야. [세계대전Z]는 좀비전쟁 무용담이지만, 한편으로 읽자면 미국과 미국의 친구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선량하며 마음씨 곱기가 천사 같은지, 미국의 적들은 얼마나 멍청하며 속마음까지 시커멓고 후졌는지 은근히 떠들어댄다. 쿠바의 카스트로를 까며 미국을 위시한 피난민들이 자유주의 경제로 마침내 쿠바 인민의 자유를 가져다줬다고 떠드는 때부터 빈정 상하기 시작했는데, 중공군은 레데커 플랜도 못 쓰는 멍텅구리로 욕할 때는 입맛이 깔깔하며, 착하기가 천하무쌍인 이스라엘이 멍청하고 의심 많은 팔레스타인을 구원하는 모습에서는 미국산 조미료의 악취가 코를 맴맴 찌르게 고약하다. 어이쿠 양키와 친구들 만세. 그리고 마지막에 좀비전쟁이 결국에는 세상 사람들을 단결시켰다면서 텔레비전 속 비엠더블류를 탐내는 아저씨야. 아저씨가 베엠베를 살 때 세상은 또 분열되는 거랍니다 빙신 새캬. 하여튼 양키가 문제란 말이야.
by 콘라드 | 2008/06/29 23:41 | 책읽기 | 트랙백 | 덧글(1)
판타지 갤러리 공포 추리 단편소설 대전

온누리 장르 악당들이 모여 찌질찌질 깊은 여름밤 황소개구리 떼들이 울어대듯 찌질대는 디씨 판갤에서 [공포 추리 단편소설 대전]을 엽니다. 줄여서 판공추대지요. 유장한 전통을 자랑하는 디씨 판갤만의 무슨무슨 대전이 또 한번 돌아온 것입니다. 옛날 판평대(판타지갤러리 비평 대전)처럼 대한민국 굴지의 출판사인 황금가지에서 후원합니다. 비단 판갤 잉여인간들뿐만 아니라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려 글싸움을 벌이자는 근사한 생각입니다. 부끄러워 머뭇머뭇 우물쭈물하는 이들은 이번만큼은 터프해집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흥미진진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쓰고, 한바탕 오지게 놀아봅시다.
by 콘라드 | 2008/06/27 22:33 | 말하기 | 트랙백 | 덧글(3)
폭력

강자의 억압과 약자의 저항을 똑같이 폭력이라 함은 비열한 짓거리다.
by 콘라드 | 2008/06/26 21:24 | 말하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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